이 커밍아웃 썰은 사실 내가 잘못한 게 커서 말할까 말까를 고민했었어.
하지만 커밍아웃과 그 뒤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잘 모르는 트붕이들 같은 친구들이 있을까봐, 부디 나 같이 실수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볼게.
나는 트랜스젠더 정체성도 있지만 사실 자폐 성향도 있어. 그래서 사회성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본의든 아니든 실수하거나 잘못한 경우가 많았어.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하필 사촌동생에게 커밍아웃하고 나서 수 차례나 실수를 했었어. ㅠㅠ 그래서 손절당했는데 그 경위는 다음과 같아.
1. 그 동생은 성소수자(LGBTQ+)에 대해 자신의 종교 신앙으로 인해 평소부터 약간 안 좋게 보다가, 2010년대 후반에 내게 커밍아웃을 받았음.
2. 그 친구는 나를 나름대로 존중했으나 내가 본의 아니게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함. 내가 트랜스젠더 여성 쪽에 가까운데 그 친구에게 수 차례 "나를 이성으로 봐줄 수 있니?"라고 물어봄. 당연히 그 애는 거절.
내가 말을 크게 잘못한 게 맞아. 그래서 지금도 미안해. 나를 형이 아닌 누나로서 나를 대우하고 호칭할 수 있는지 물은 거였지만...내가 표현을 너무 잘못했어.
3. 나의 자폐 성향으로 인해 남들보다 떨어진 사회성을 가졌었기에, 그 아이와 가끔 전화할 때 수 차례나 그 질문을 하며 말실수를 했어. 또한 비교적 최근에 알고 보니 이때 그 아이가 나름대로 힘들었던 시절을 겪었기에 더 많은 부담을 느꼈던 것도 같아.
4. 그러나 2020년대에 와서 사촌동생이 SNS dm으로 나를 손절한다고 밝혔어. 그는 내 실수에 굉장히 불편했고, 그 애가 너무 어렸던 나이인 10대에 겪은 거라 정신적인 악영향도 받았대.
나는 이에 대해 잘 몰랐다고 밝히면서 사과하고, 해명 약간 하며 작별인사 DM을 보내고 끝냈어. 그 아이의 추가 답신은 없었구.
경위는 여기까지인데...이제는 내가 잘못했고 그 친구에게 정말 미안해.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거야.
또한 내가 이 일들을 계기로 몇 가지 깨달은 교훈이 있어.
1. 커밍아웃을 할 때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받아들이는 시간과 여유를 주어야 한다.
특히 커밍아웃 이후 호칭 문제나 대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또한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2. 커밍아웃 이후에도 서로의 선을 지키며 상대를 존중한다.
특히 그 상대가 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모를 때는 더욱.
3. 1번과도 연관된 건데, 내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자각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듯이, 상대방도 나의 정체성, 지향성을 수용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가족, 혈연, 가까운 친구나 지인이면 더더욱.
아무튼간에...나는 그 동생을 미워하거나 화내지 않아. 내 잘못이 제일 컸고, 내가 그 아이에게 느낀 상처는 그 아이가 느낀 부담과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설사 그 상처나 부담이 반대였어도 내 잘못이 없는 게 아니지.
또한 요새 조만간 그 친구를 다시 만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생각해. 당연히 내가 먼저 찾아가지는 않겠지만 그런 순간이 본의아니게 올 수도 있다는 거지.
하지만 사촌동생을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된다면, 나는 과거를 변명하기보다는 "그때는 내가 미숙했고, 지금은 왜 너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 정도로 말할 것 같아.
물론 연락이나 만남이 오지 않더라도 나는 그 친구를 존중해. 내가 사과를 전했고 동생이 나와 거리를 유지하기로 했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도 관계를 마무리하는 한 방식이니까.
이상 끝까지 나의 이실직고를 읽어주어서 고마워.
트붕이들도 사촌동생도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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