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심정을 말도 안하고 혼자서 꾹 참고 다니면 내가 그걸 어떻게


잘 알지 내가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 ㅡㅡ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기 싫어서 트랜지션 관해서 일부러 주제로 안꺼내고 지내오고 있는데
최근에 정자냉동 + 산전검사 관련해서 산부인과 갔을 때 계획에 없던 커밍아웃을 3번 하고 와서 그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이 좀 있었나봐

나도 갑자기 그런 상황이 와서 적잖이 당황했는데, 오죽했을까.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러구 여행 때 나한테 여잔줄 알았다, 예쁘다, 언니라 불러야 될 것 같다 하는 건 다 괜찮았는데

한 명이 성전환했냐 라고 물어본거에 대해서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느낌이었대.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구나 하고

난 걔가 좀 무례하다 생각하고 한 대 툭 때리고 말았는데, 와이프인걸 다들 아는 사람들이다보니 본인 입장에서는 되게 당혹스러운 일인거지. 나도 사실 나 혼자였으면 커밍아웃 해버렸을텐데 와이프 있으니까 뭐래 하고 말았거든.

(아니근데그냥반팔반바지에머리좀길고묶고화장좀하고다녔다고호르몬도시작안했는데무슨쫌억울하네)


암튼 집 분위기가 그거로 엄청 우중충하단걸 난 계속 느끼고 있었구, 나를 괴물로 보지 않을까 하고 좀 위축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야.

HRT에 대해 그래 난 당신 믿으니까 하고싶은 길로 가봐라 라고 한게, 여기저기 나 트랜지션해요!! 하고 말하고 다니란게 아니란 것도 잘 알구.

그래서 어제 간만에 진대해서 와이프 속 마음을 좀 진득하게 들어봤어. 트랜지션을 희망하고 그거에 기뻐하는 건 와이프가 아니라 나니깐.


와이프는, 결국 내 트랜지션 과정에서 본인이 주목을 받게 되는 상황 + 주변에서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끼는 순간이 싫은거야. 

그래서 부탁하는 게, 나와 당신을 잘 아는 사람들 앞에서는 커밍아웃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더라구.

범위를 확장해보고 싶었던 나로써는 좀 슬펐지만, 한 편으론 내가 혼자가 아니니까 지킬 건 지켜야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어. 

대신, 내가 가는 길을 아는 건 그럼 와이프 뿐이니까, 많이 도와주고 들어줄 수 있을지 물어보니 알겠대. 나만 아는 사람은 없거든..


그래서 둘이 어디 놀러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집에 있거나 할 땐 그냥 맘 놓고 있고 싶은 모습대로,

회사, 학교, 부모님댁 등에는 개빡세게 남자옷, 그리고 친구 만나러갈땐 너무 여자여자하게 꾸미지 말고 그냥 대충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걔네가 대충 눈치채거나 그렇게 느낀다면 굳이 커밍아웃하지는 말고 뭐래 정도로 얼버무리고 말기

이렇게 정리를 했어. 대충 내가 생각하던 선이긴 했는데, 이번에 좀 더 진지하게 대화를 해봤어.


폭풍같던 시간 지나가고 서로 감정 정리하고 나란히 앉아서 네일바르고(망함) 가방이랑 옷 구경하면서 있었는데, 나도 내가 원하는 트랜지션이 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

여성의 외형을 갖는거야 당연한거고, 예뻐지는 것도 당연한거고. 그럼 내가 여기저기서 내가 여자임을 알아주길 바라는게 목적인지, 아니면 그냥 와이프나 친구랑만이라도 소소하게 여자로 살고 싶은건지... 모르겠어. 욕심이 자꾸 생길 것 같애.


쓰다 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넹...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구!!

(풀배 검사 결과 대충 스포들은거 어제 드디어 말해줬는데 듣고 울더라 맘 아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