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눈을 뜨니 내가 응급중환자실에 누워있더라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서 목소리는 안나왔고 양쪽팔과 발등엔 줄이 몇개나 되는 주사가 꽂혀있었고 양팔은 묶여져있었어
네가 알까 그 순간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야
나는 팔을 부러트릴 각오로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 한 쪽 손목을 풀어내고 발등에 꽂혀있던 동맥주사와 내 코와 입에 꽂혀있던 인공호흡기를 스스로 떼버렸어
그 순간 중환자실에 있던 모든 간호사선생님이 나에게 달려와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손을 묶으시더라
난 영화나 드라마처럼 내가 탈출하면 도망갈 수 있는 공간인 줄 알았어 내가 그 순간 가고싶었던 곳은 따로 있었거든.
어렴풋이 내가 의식이 없었을 때 나를 보며 울던 사람들을 떠올려 봤는데, 그 기억에 너는 없더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많은 상처를 줬어. 스스로를 몇년째 타이르고 후회하며 울면서 말야.그치만 그 사이에 너는 없어. 난 아직 내가 너에게 뭘 잘못했는지 몰라.
있잖아. 나까지 내탓이라고 자책해버리면 진짜 모든걸 포기하고 인정하는게 되는 것 같아서 두려워.
사실 가해자는 따로 있잖아. 너는 왜 내가 널 힘들게 했다고 생각해? 널 위해 몇년을 숨어살아야했던 나는 .. 대체 누가 알아줘
네가 쭈랑 마지막 통화했을 때 기억나?
내 베프가 나 좀 살려보자고 너에게 도와달라했을 때 .. 나 사실 옆에서 모든 통화내용을 다 듣고있었어
네 대답 하나하나에 난 무너졌어
미안하다며. 돌아온다며.... 왜 약속을 안지켜?
그래서, 지금 네가 날 버려두고 선택했던 모든 것들이 승승장구하니 잘됐다 싶지?
나는 널 위해 내 청춘을 모른채 해야했고, 없는 듯 살아야했어 물론 그건 지금도 같아
내 존재가 혹여나 너에게 피해가진 않을까
네가 또 내 탓을 하진 않을까
나에게 엄마.아빠였던 네 부모님이 나를 또 원망하진 않을까
우리사이에 있던 예쁜 강아지에게 해코지 하지는 않을까
네 멤버들이, 네 친척들이, 네 가족들이, 또 내 존재를 모른채하며 피하진 않을까
근데 거짓말처럼 내 걱정들은 우리의 시간들을 나만 품은채 잊혀져야했지
잊어야했고.. 너도 잊기를 선택했지
나도 너처럼, 전처럼 다른사람들앞에서 웃고싶어
더 이상 누군가에게 내 이름 석자를 말할 때 두려워 하지 않고싶고, 매일 밤 죄책감에 약 스무알을 먹어야 겨우 잠 드는것도, 누군가 나를 구글에 쳐보는 행위도 그만 지켜보고싶고, 엄마가 전하는 너의 근황이 궁금하지 않고, 유투브를 보다가 뜨는 네 소식에 더이상 그만 아파하고싶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 않고 싶고, 예전의 친구들을 되찾고 싶고, 당당하고 예뻤던 나 그대로 사람들 앞에 서고싶고, 앨범에서 너의 사진들을 꼭 다 지워보고싶어.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습게도 난 이런 어떤 것도 이뤄낼 수가 없어. 아무리 엄마가 자기전에 통화를 세시간씩 해주고, 여러 번 세상을 떠날 각오를 해도. 눈을 떠보면 제자리고, 돌아갈 수 없고,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어.
그런데 넌, 우리가 약속하고 기대했던 그것들을 차례차례 이루고 있지? 그 가운데 내가 있었긴 했니?
난 이제 더 이상 네 팬들이 나를 욕하는 것도, 네 사람들이 날 모른채하며 잊어가는 것도 두렵지가 않아.
그냥 나는.. 늘 죽기전에 네가 한번 보고싶었어.
널 원망하고 미워하는게 아니라,
너가 마지막에 날 떠날때 울면서 했던 말들,약속들 있잖아?
내가 널 용서하고 싶었어.
괜찮다고, 약속 안지켜도 된다고, 네 인생을 살라고...
우리 탓 하지 말자고, 내가 사라져줄테니 그냥 맘 편히 세상을 향해 날으라고.
넌 나에게 용서를 구한 적도, 바란적도 없겠지만.
적어도 너는 내게, 너만큼은 내게, 나를 손가락질 하고 남들이 다 나를 욕할 때.
네탓이 아니라고, 한 마디쯤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어.
니가 이 글을 읽을때 쯤 내가 세상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나를 다그쳤던 그 수많은 순간들 속에 말야.
한번쯤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나를 손가락질 하기전에 널 위해 자영업하면서 인스타 계정하나 자유롭게 운영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네 악성팬들에게 인스타 DM으로 협박받아야 하는 내 현실을,
내가 너를 사랑했고 그저 사랑받고 있단 걸 내 일기장에 썼었을 뿐인 내게, 그렇게 모두에게 미움받았어야 하는 일이었는지.
내가 얼굴을 가린채 갈까말까 고민했던 네 공연을 보러가고 축하한다며 직접 꽂아 처음으로 건네줬던 꽃바구니 하나가 내 인생을 영원히 암흑으로 바꾸어서 내 꼬리표가 되어 네 팬들에게 그렇게 욕먹었어야 했는지,
나는 아직도 열애설터지는 남자 아이돌들과 그 여자친구, 그리고 그걸 욕하는 팬들에게 당신들이 진정 팬이었냐고 물어보고싶어.
적어도 일반인이었던 나를.
익명이라는 가면을 앞세워 트위터에 내이름을, 내 주소를, 내 연락처를, 내 꿈을, 짓밟았던 그 사람들에게 묻고싶어.
그저 네가, 그리고 나를 탓하고 널 자랑스러워하는 너의 모든 팬들과 가족들에게, 나는 여전히 당신들 때문에 불행하다는 걸 남기고 싶었어.
이젠 내가 아니라 네가 죄책감에 살길바래. 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