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커밍아웃 시작 썰에 앞서 기본배경을 알려주자면 어릴때부터 조금씩 의식하다 중학생때 트랜스젠더라는걸 알게 된 이후로는 되고 싶다거나, 나도 이런거 같다는 생각을 가졌고, 내가 트젠이라는건 99.9퍼센트로 생각은 있었으나 혹시 아닐수도 있을까봐 주변에 티도 전~~혀 안내고 커밍아웃도 안해서 혼자 속으로 많이 답답하고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다가 올 연초에 확실하게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ㄱㄷㅅㅅ에 예약하고 5월 초에 초진보고 2주간격으로 풀배, 재진으로 64.0진단받았어요. 그리고 잠깐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하느라 시간 한 달 정도 가졌고 오늘 호르몬까지 시작했어요.


첫 커밍아웃 썰

첫 대상은 전여자친구인데 대학생때 cc였어요. 2년 차 쯤에 디포가 또 심하게 와서 혼자서 연락 뜸하게 하고 일부러 헤어질 준비로 멀어지려고 노력해서 진짜 헤어졌는데 한 며칠 지나고 나니까 싫어서 헤어졌던게 아니라 너무 힘든마음에 다시 붙잡고 커밍아웃하고 남자로 살아보겠다고 했어요. 근데 이게 시점이 1년 조금 더 된건데 올 초에 이제 진단나오기 전부터 그냥 인생방향은 거진 정한거 같아서 여자친구 붙잡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했어요. 첫 커밍아웃 이후로 정리할때까지 여자친구가 한번도 안 물어봤어서 까먹은건가 싶었는데 여태 회피하던거라 하더라구요. 그래도 저 많이 좋아해줬어서 저 붙잡았는데 마음 단단히 먹고 잘 헤어졌고 제가 이상한것도 아니고 그동안 좋은 추억이랬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새로 정한 인생방향도 응원한다고 해주고 헤어지고 나서 생일때 선물도 주고 연락도 간간히 해서 참 고마운 사람이에요.


두번째 친구들

이것도 진단 나오기전에 나름 이제 커밍아웃 죽이되든 밥이되든 해서 남을 친구들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할 계획이 있었는데 어느 친구 만나서 논 날에 충동적으로 했어요. 경상도 출신에 평소 친구들 언행이나 성향만 봐도 안 좋게 보거나 손절할까봐 너무 무서웠어요. 근데 첫 친구도 무덤덤하고 보수적인 친구였는데 커밍아웃할때 듣기만 하고 담배만 연신 물면서 별 말을 안해서 큰일났구나 싶었어요. 근데 여태 티도 안냈고 친구도 트젠이 처음이라 뇌정지가 온거였는데 그 날 많이 궁금했는지 밤 늦은 시간까지 얘기 나누면서 내 편들어주고 지지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진단나온날도 놀러오라 하고 먼저 평소에 이것저것 언제 하는지 물어봐주고 제일 믿을수 있는 친구가 돼서 너무 고마운 친구에요.


추가로 다른 연락할 친구들 선후배, 동기들 등등 다 첫 친구 덕에 용기도 얻고 혼자 외롭게 살진 않겠단 마음에 자신감 가지고 와다다 커밍아웃 했는데 단 한명도 거부감 내비치거나 연락끊긴 친구가 없어서 다들 너무 고마워요. 별 관심 없는 친구들부터 니 인생이니 잘 선택했다고 말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궁금해서 많이 물어보고 신경써주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리고 커밍아웃 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친구나 좀 비관적으로 얘기하니까 진심어린 카톡으로 멘탈케어도 해준 친구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제일 친한 친구는 완전 갓난애기때부터 만난친군데 별 거부감 없어하고 심지어 그냥 평소처럼 대해줘요. 다들 연락은 오히려 전보다 더 잘 되는거 같아 좋아요.


세번째 가족들

진단 나온날이였던거 같은데 일단 친누나가 근처에 살아서 부모님께 말하기 전에 먼저 할말있다고 언질하니까 친누나가 답답해서 못 참고 저 사는데까지 와서 바로 커밍아웃 했어요. 관계가 나쁘거나 어색하진 않은데 그래도 일 없으면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라 조금 많이 떨렸는데 간호사출신이라 진단서랑 검사결과지 보더니 그래도 납득하고 이해한다고 말해주고 뭐 도와줄건 없냐고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부모님께 말하러 본가내려갈때도 같이 내려가줘서 내심 도와주고 뭣보다 별로 연락도 많이 안 하는데 커밍아웃할때 눈물 조금 보였는데 누나가 저 때문에 운다는게 처음이였어서 제가 놀랬는데 연락안해도 가족이라고 많이 신경쓰고 있다는걸 알았어요.


부모님은 일주일전부터 집안 발칵 뒤집힐 말 전해줄거 있다해서 겁 많이 주고 갔는데 커밍아웃 할때 생각보다 이성적으로 받아주시고 대화했어요. 충격이 많이 커 보였고 그래도 하는건 알겠는데 미래 계획은 어찌할거냐 물어보는 질문에 저도 확답을 줄 수 없어 많이 답답했어요. 어머니도 펑펑 우셨지만(아직도 막진 않는데 자꾸 울어요) 차분하셨고 아버지도 화낼줄 알았는데 너무 이성적이여서 놀랐어요. 어쨌든 제가 혼자 미래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거에서 얘기가 계속 빙빙 도니까 답답해서 바로 연락 다 차단하고 집 뛰쳐나와서 기차타고 제집까지 바로 왔어요. 안정형인줄 알았는데 레전드 회피형이였어요 저. 어쨌든 연락 아예 안되니까 부모님이 월요일에 퇴근하고 제가 살고있는 사돈댁까지 오셨어요. 사돈댁 다가구주택에 살던거라 사돈만나면 번거로우니 한번도 방구경도 안오셨는데 갑자기 와서 많이 당황했어요. 연락처도 바꿀준비에 다음날 최대한 빠르게 몰래 이사가려고 다음날 부동산도 방보러갈 예정이였는데 월요일 밤에 오셔서 큰일났다 싶었어요. 근데 엄청 차분하게 얘기 나눴고 호르몬 해도 된다 하셨어요. 오신김에 방 보러 가는것도 같이 가고 보증/월세도 도와주셔서 계속 서울에서 치료하면서 살 수 있게 됐어요. 사실 좋진 않고 막지도 않겠다는 거였고 어차피 할거 하는데 바뀔 수 있으니 좀 더 기다리면 안되겠냐 하셨어요. 물론 오늘 호르몬 까지 시작은 했는데 여태 티도 안내다가 갑자기 커밍아웃 하고 오늘 호르몬 시작한건데 이게 부모님입장에선 2주 밖에 안된일이라 아직도 조금 마음정리는 안된시간 같아서 이해는 되고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그래도 엄마도 완전 교회 열심히 다니는데 허락해줘서 너무 감사해요. 엄마가 이모랑 연락을 많이 해서 우연찮게 사촌누나랑 이모한테도 아웃팅을 해버렸는데 전해듣기론 이모네도 열렬한 기독교신자집안인데도 부정적이지 않으셔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요. 이모가 조금 확성기라 아마 제가 커밍아웃하기 전에 사촌은 다 알게 될듯해요.


네번째 직장

이전 직장이 지입사장이랑 단 둘이서만 일했는데 이제 호르몬 하면 외형도 티날꺼고 뭣보다 힘쓰는 일이 주라서 사장이 평소에도 여자는 안 쓴다 했던 말이 너무 신경쓰였어요. 근데 어차피 여기저기 일할곳 구하긴 힘들거고 특히 전공살려서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커밍아웃 했는데 너무 잘 받아주셨었어요. 본인 힘들었던 이야기도 해주고 쉽지 않고 많이 힘든길이라 도움준다 해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근데 업무시간이 너무 적어서 급여도 적고 이사하면서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져 커밍아웃 후에 금방 이직은 하게되었는데 퇴사할때도 너무 힘들면 조금이라도 도와주겠다고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해서 너무 감사했어요. 


지금 직장은 사실 작년에 서울 처음 올라와서 일했던 의원인데 한주만에 업무 부적응으로 그냥 퇴사하겠다 말했다가 그래도 계약기간 두달만 해보라 하셔서 두달 채우고 퇴사했던 곳이에요. 근데 이전 직장이 돈이 너무 적고 이번에 이사하면서 이직 할 마음으로 공고찾다가 다녔던 의원에 아예 같은 업무로 공고가 올라와 있어서 고민 많이 하다가 재입사 지원했어요. 근데 냅다 원무팀장님께 전화와서 아직 기억한다고 너무 잘 해줬어서 좋게 봤었다고 그냥 전화로 출근하라고 하셨어요. 조금 고마우면서 당황하긴 했는데 이제 호르몬 치료 계획중이라 먼저 알려드려야 할거 같아 마침 퇴근길인데 면접은 아니더라도 그냥 방문해서 말씀드릴거 있는데 이거 듣고 결정하시는게 좋을거 같다고 말하니 알겠다 해서 옛 직장으로 갔어요. 원무팀장님이랑 간호차장님이 오셨는데 옛날에 일할때 너무 좋게 봐주셨고 잘 왔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커밍아웃도 했는데 놀라긴 하셨는데 아~~무 상관없다고 본인만 직원들 사이에 얘기 나올수 있는거 괜찮으면 출근하라 하셨어요. 대신 인격적이거나 모욕적인 언행하거나 그런직원 있으면 바로 말하라고 해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간호차장님은 해외경험도 있어서 트젠 친구들도 이미 많다고 진짜 별 문제 아니신듯 하셨고 원무팀장님도 상관없다해서 이런분들이 뒷배라 직장생활은 순탄해요. 애초에 작년에 봤던 친하던 선생님들도 남아계셔서 다행이구요. 급여도 이전 직장보다 많이 올랐는데 머리 기르는것도 문제 안돼서 너무 다행인거같아요.


그 외에도 다니는 학원이나 머리해주시는 선생님, 왁싱샵 등등 커밍아웃 해도 거부감 없고 먼저 많이 물어봐주고 신경써주셔요. 아직은 욕들어먹거나 부정적인 반응 보인 사람이 없어서 참 다행인거 같아요. 


커밍아웃 계획 중인 분들께 저만의 팁을 드리자면 친구나 선후배 동기한테 커밍아웃이 가족 다음으로 힘들었는데 분위기 깔고 겁 많이 주고 너가 나 손절할수도 있다 이런식으로 언질해두고 꼭 대면으로 만나서 천천히 이야기 하니 다들 별거 아니네식 반응이거나 오케이 해줬는데 이게 비법인거 같아요. 


저는 아예 몰랐는데 풀배결과에서 겉으로는 티 안나지만 내재된 우울증이 조금 보인다고 했었어요. 여태 티를 하나도 안내고 혼자 끙끙 앓아서 그런거 같다고 하셔서 진단서 받은날 호르몬 치료 먼저 해보는게 어떻겠냐 하셨었는데 한달 좀 늦게 시작했지만 커밍아웃이 너무 잘됐고 호르몬 치료까지 시작하면서 우울감은 정말 많이 사라진거 같아서 요즘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다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