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혼인평등 소송 심문 발언문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임아현의 배우자 최진아입니다.
저는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대구에서 나고 자라 평범한 대학을 나오고, 평범한 사무직을 다니고 있으며 대구에 계신 부모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고 교류하며 살갑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의 연애와 결혼도 상대방이 동성이라는 점만 빼면 참 평범합니다.
저는 아현을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에서 만났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였으며 현재 함께 살면서 미래를 같이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아현이의 어머님과 할머님께 아현이와 요리해먹을 식재료를 얻어오기도 하고 아버님께서 불러주실 때 마주 앉아 따라주시는 술을 받아마시기도 합니다. 명절에는 서로의 집에 선물을 보내고 때때로 각자의 부모님과 통화할 때 배우자를 바꿔주어 안부연락을 드립니다.
저희는 내년 10월에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뷔페식 예식장에서 남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30분짜리 예식을 치를 예정입니다.
다만 법적인 문제도 아닌 고작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동성 부부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를 축하하러 올 하객은 300명이 훌쩍 넘는데, 주변 사람들은 축하 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는데 예식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네곳의 예식장에서 거절을 당한 끝에 겨우 저희가 동성이어도 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마음에 드는 예식장을 찾아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우리로서 살아가고 싶을 뿐인데 그게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매일 새롭게 실감하는 나날입니다.
우리로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은 즐거운 일을 생각할 때에도 찾아오지만, 힘든 일을 생각하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저와 아현은 둘 다 동갑 친구를 떠나보낸 일이 있습니다.
한 다리만 건너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성소수자 동료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죽음은 아득한 일이 아니고 인생의 한 켠에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로 느껴집니다. 우리 둘 중 한명에게 사고가 나거나 아플때, 원 가족들의 호의가 없다면 우리는 돌봄과 인사조차 어려울겁니다. 함께 마련하고 가꿔온 삶과 우리의 고양이들에 대해서도 법적인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울 겁니다.
저는 그럴 때에 가장 평범하게 존재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가족으로서 함께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 말고, 오로지 건강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싶습니다. 가꿔온 것들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 걱정 않고, 돌봄과 슬픔에만 힘을 쏟고 싶습니다.
OECD 통계에 의하면 동성혼이 법제화 된 나라에서는 청소년 자살률이 17.8% 감소한다고 합니다. 제도가 인식을 바꾸고, 실질적으로 사회 전반의 불행을 감소시킨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저희의 법적 결혼은 누군가의 권리를 뺏아오거나 사회에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불행을 감소시키는 일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나 자신을 위해서 하기도 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며 나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하기도 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특별한 특례가 아닙니다. 기존의 것과 같은 혼인제도가 우리에게도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그저 남들 만큼만 평범하게 살고싶습니다. 그것을 위한 법적인 제도가 간절하게 필요합니다.
우리 부부가 평범하게 나이들어갈 수 있게, 평범한 만큼만 고생스럽고, 그만큼 행복할 수 있게, 서로를 돌보고 부양하는 가족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 하고, 이를 통해 양가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게 숙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