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군바리 시절 주말마다 운동 겸해서 부대 내에서 동기 몆명이랑 선후임들 모아 크루 만들어서 산책 즐겨했음.

그러다 부대 후문 근처 들렀을 때 막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거임.


가시털참피 보고싶은 마음에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왠걸 어미는 말그대로 짜부된 채 널브러져 있었고 새끼만 혼자 주위 맴돌면서 앵앵 울고있는거임; 

그래서 한손으로 덥석 들고 대대 메인광장 농구대에 데려온 후 단톡으로 소대 소집하고 처분에 대해 토론했는데


'길아가들은 야생에서 살아야해요'

'안쓰는 중대 창고 부근에 풀어서 주기적으로 먹이주자'

'중대 델꼬와서 키우자'

등등 여러 의견 속에서 폐창고 건물 모퉁이에 간이 주택 만들어서 키우기로 결정.


이름은 왱이, 호카게, 참피, 이니 등등 나왔다가 내 뚝심으로 단또로 지었고 간이 주택 이름은 나뭇잎 마을로 합의봄. 점호 뜀걸음 할때나 자율체단 등등 때 폐창고 코스에서 단또야~ 하면 왝!! 하고 튀어나와 고롱송 받으면서 싱글벙글 애지중지 키웠고 입소문 타고타서 소대장 포함 중대 전 간부 모두 알게되서 보급관이 사비로 고급 사료에 밥그릇까지 사서 나뭇잎 마을에 기증하기도 하고 일과없는 빵실한 날엔 오물장에 버려진 나무토막 모아서 집 보수도 해줬음.


그러다 세월이 흘러 전역하고 한창 학교 다니면서 바쁘게 살다보니 연락하고 지내던 후임들이랑도 어느새 부터 연락이 끊겼고 군인 시절이 먼 얘기 처럼 들리던 때 쯤 전공책 반 페이지 가량 되는 분량을 요약해서 과제로 내라는 엄 출타한 교수의 횡포에 지쳐 잠시 눈 좀 붙였다가 꿈을 꾸게 됨


뭔가 나주평야 마냥 큰 들판에서 나 혼자 덜렁 서있었고 계속 걸어가도 보이는게 잔디밭에 드문드문 핀 민들레 꽃 뿐이었음.

몸도 되게 산뜻하고 바람도 솔솔 불어서 엄청 기분 좋았는데 물소리 들리는 둔덕 위로 사람이 하나 서있는거임

다가가보니까 약간 진푸른색 두루마기에 검은 흑립을 쓴 남자 한명이 '왔냐?'라고 말하길래 나도 뭔가 말했는데 뭐라했는진 잘 기억 안났음.

둔덕 아래에 물줄기가 졸졸 흐르는데 그 남자가 거기 가리키면서 '쟤가 보고싶댄다'라고 말하자마자 물줄기에서 단또가 ㅇ해앵~~ 하면서 튀어나옴 ㄷㄷ


보자마자 어! 하고 들어올려 안았는데 단또가 갑자기 엄마!! 엄마!!! 라고 막 소리를 지르는거임

순간 패드립인가 싶어 울그락불그락 해지면서 뭐라 타일렀는데 그 남자가 부채로 내 머리를 쎄게 탁 치면서 

'가서 엄마나 모셔!' 호통치자 헐레벌떡 일어남.


약간 꿈 중에 그런 느낌 있잖음 잘 가다가 갑분싸되거나 어이없는 일 생기거나 하는거.

보통 그런건 자다 일어나면 뭔 내용인지 잘 기억도 안나는데 그 꿈은 희안하게 지금까지도 잘 기억할 정도로 생생했음.


한 5분 쯤 멍때리면서 폰 보다 '엄마나 모시라'는 대목에 영 께름칙 해서 집에서 엄마를 찾아봤는데 화장실에서 옆으로 뻗은 채 시름시름 앓고계셨음;

화장실 가셨다가 물기 때문에 그대로 미끄러져서 바닥에 머리를 찧으셨고 주말이라 바로 엠뷸불러서 응급실 감.

다행히 경미한 뇌진탕이라 한 5~6주 지났을때 회복되셨고 그때마다 단또가 실시간 드림 워킹해서 진짜 구해준건가? 싶어 언제 부대 한번 가봐야겠다... 했지만

가봐도 그 당시 후임들은 전부 전역했을꺼고 유일하게 날 아는 사람이라곤 전역 일주일 전 받은 신병들이라 사실상 남남인지라 갈 수가 없었음.

그래서 그나마 친했던 후임 중 가장 막내였던 애한테 연락해 근황신고 겸해서 날 잡고 밥 사주고 니 전역할때 단또 잘 있드나? 물어봄.


 단또는 나 전역하고 8개월 뒤에 장마 때문에 폐창고 뒤 돌담이 무너져 그대로 나뭇잎 마을을 덮쳐버렸고 이후 2소대장이 수습해 부대 안쪽 교회 뒷편에 묻어줬다고 함. 근데 무슨 만화처럼 무덤 위에 민들레가 폈다네


그 이야기 들은 후 부터는 단또 영혼이 꿈에 나타나 보은을 줬구나 생각했고 지금도 가끔씩 고양이 보일 때 마다 단또를 기억하며 가만히 앉아 회상하고 있음.


단또야 보고싶다 ㅠㅠ


+) 


쓰다가 그리워서 군후임 연락처 총동원해 방금 겨우 구한 단또 생전 모습.

맞후임 아래 기수까지 나갔을때 부터 사람들 낮가리기 시작해 다가가면 집으로 들어가버렸다던데

아마 꼬맹이때 부터 챙겨준 사람들 다 떠나간게 상심이 컸던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