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썼던 옥천 이야기..
흥미롭게 읽어준 챈붕이들 고마워.
용기내서 지난번에 후술했던,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가져와 봤어.
며칠전에 썼던 옥천 괴담이랑은 분위기가 조금 다른 이야기야.
글 재주는 없으니, 그냥 편하게 읽어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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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내가 정말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어린 시절 겪었다는 일이야.
예전에 들은 이야기라 디테일이 조금 다를 수는 있으니 그건 감안해줘.
대전 사는 사람들이 여기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엔 대전 동구 쪽이 지금보다도 더 낙후된 느낌이 있었어.
중구나 서구 쪽이랑 비교하면 분위기 자체가 달랐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대전에는 동서격차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갈리는 게 있긴 하지.
아무튼 친구는 중2 때까지 동구에서 학교를 다녔고, 이야기는 중1 여름방학 때로 올라가.
그날은 진짜 더웠대.
뜨거운 태양이 계속 이어지는 날이었고,
친구는 4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랑 밖에서 놀고 있었어.
친구가 살던 곳은 오래된 구축 아파트였는데, 주변에 딱히 뭐가 많진 않았고
주변에 약간 음침한 언덕/산 비슷한 공간이 있어서
동네 애들이 거기서 숨바꼭질도 하고 경도도 하고, 그냥 다 같이 모여서 놀곤 했다고 하더라.
그날도 오후까지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확 바뀌면서 먹구름이 끼더니 정말 거세게 비가 쏟아졌대.
너무 갑작스러워서 애들도 다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갔고,
친구랑 동생도 흠뻑 젖은 채로 집으로 뛰어 들어갔지.
빗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아파트 1층 로비로 전력질주해서 들어갔는데,
그때 엘리베이터 앞에 여자아이 하나가 가만히 서 있었대.
7~8살쯤 되어 보였고, 하늘하늘한 파란 원피스에 파란 구두를 신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
‘이 동네 아이’ 같은 느낌이 아니라 왠지 모르게 인형 같은, 묘하게 기묘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해.
아이는 말도 없이, 그냥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처럼 서 있었다고 하고.
여기서 혹시 아는지 모르겠는데,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나 아파트는 홀수층과 짝수층 엘리베이터로 나뉘어 있었거든?
친구가 살던 아파트도 홀수층/짝수층 엘리베이터가 나뉘어 있었대.
그리고 친구네는 홀수층이라 홀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아이는 짝수 엘리베이터 쪽에 서 있었지.
근데 친구가 흘끔흘끔 보다가 갑자기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대.
짝수 엘리베이터는 이미 1층에 와 있었는데, 그 아이는 바로 타지 않고 조용히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거야.
그래서 친구가 ‘어려서 엘리베이터를 잘 못 타나?’ 싶어서,
짝수 엘리베이터 문 열림 버튼을 눌러줬대.
그러자 그 아이가 배시시 웃기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은 채로 조용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고 해.
그리고 엘리베이터문은 구축 엘리베이터 특유의 묵직한 소리로 ‘퉁’ 하고 닫혔고.
친구는 이제 자기들도 올라가야 하니까 홀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이상하리만큼 위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질 않아서 계속 기다리게 됐대.
그러다가 문득, 아까 그 아이가 탄 짝수 엘리베이터를 봤는데,
그 엘리베이터가 아직도 1층에 그대로 있더래.
올라갔다는 표시도 없고, 움직이는 느낌도 없고, 그냥 1층에 멈춘 채로.
친구는 순간 걱정이되서 “진짜로 조작을 못 하는 건가?” 싶어서 짝수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었대.
그런데
안에 아무도 없었대.
분명히 들어가는 걸 직접 봤고, 문 닫히는 소리도 들었고,
엘리베이터는 계속 1층에 있었는데… 다시 문을 열어보니까 텅 비어 있었다는 거야.
그 순간 친구랑 동생 둘 다 말이 없어지고, 로비에 정적이 내려 앉았대.
밖에서는 비가 계속 세게 내리고 있었고, 축축한 빗소리만 들렸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제야, 아까부터 애매하게 느꼈던 위화감이 한꺼번에 몰려 오기 시작하는거야.
-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그 아이는 실오라기 하나 젖은 느낌이 없었고,
- 파란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때 발소리가 하나 나지 않았고,
- 웃는 표정은 분명 봤는데 이상하게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아니,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있었던 게 맞나?” 같은 느낌까지 드는거야.
오만 위화감의 정체가 한번에 몰려오는 그 순간,
고요한 정적은 순식간에 박살나서 친구와 동생은 아직도 내려오지 않는 홀수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으로 허겁지겁 뛰어서 공포에 찬 비명을 지르며 집으로 올라갔어.
그리고…
사실 이 뒤에 영화나 소설처럼 추가적인 괴현상이 이어지진 않았다고 해.
친구는 얼마 뒤 동구를 떠나 다른 동네로 이사했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거든.
그 이후 중학교 2학년 때, 나를 만나게 되서 지금까지도 오랜 친구로 지내고 있고.
근데 후일담이 하나 있어.
친구가 성인이 되서 동생이랑 술 한잔 하다가,
문득 이 얘기가 떠올라서 이야기를 주절주절 꺼낸거야.
“그때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이상했지?”
근데 가만히 듣던 동생이 정색을 하면서 이야기 하는거야.
“형, 파란 원피스 여자 아이라니 무슨 소리야? 그때 있던 건 파란 모자를 쓴 남자 아이였잖아.”
둘은 서로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한참을 봤는데, 둘 다 진심이었대.
같은 날, 같은 로비, 같은 시간에 같이 겪었는데도,
서로가 본 ‘그 아이’의 성별과 인상착의가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그 뒤로 둘은 다시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해.
괜히 다시 떠올리면… 무언가 다시는 확인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올라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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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기네..
긴 것 같아서 덜 지루하라고 이번에는 중간에 사진도 넣어봤어.
혹시라도 재밌게 읽어준 챈붕이들이 있다면 정말 고마워.
내가 막 겁도 많고 영감도 없고 그래서 그런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진짜 무서운 이야기같은건 잘 모르지만
주변에 간혹 이런 생활감?느껴지는 특이한 이야기들은 조금 알고 있어서
기회가 되면 또 올려볼게.
다음은 우리 증조할아버지 장례때 있었던, 아버지가 겪으셨던 체험담이 하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