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여자애들에 대해서 항상 거리감을 느꼈었고 항상 남자애들 무리에는 낄 수 없었고 돌아보면 중간중간 여성에 가까운 기간들이 있었던거 같기도 한데 일단 결과적으로 나는 논바다 근데 난 왜 이걸 고삼때 깨달아야할까
솔직히 고등학교 들어오면서부터 퀘스처닝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았는데 막상 정체화한 순간 내가 누군지 알아냈다는 엄청난 유포리아도 잠시 요즘은 너무 무섭다 근데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못할거 같다 정체화한 순간부터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 바뀌었고 앞으로 다시는 진실된 내 모습으로 모두가 날 알아줄 수 없다는걸 매일 느끼는 중이다
부모님한테 내가 퀴어면 어떨거 같냐고 슬쩍 떠봤다. 원래부터 이런 얘기 자주하는 앨라이였고 부모님한테 열심히 설명도 많이 해서 개방적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그러면 속상할거라고 했다. 안된다도 아니고 속상할거란다. 이걸 뭐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모르겟다 난 엄마아빠를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근데 난 정말 말하고 싶은데
바인더가 너무 절실하다 가슴이 작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티셔츠 위로 드러나는 가슴이 싫다 그러다 보니 새우처럼 엄청 상체를 숙여서 다니게 된다 나 허리도 안좋은데 근데 도저히 도저히 몰래 하고 다닐 용기가 안난다
내가 좀 오바하는거 같기도 한데 논바혐오도 많이 무섭다 페미니스트 레즈 친구가 있는데 내가 아는 거의 유일한 퀴어 친구인데 커밍아웃이 너무 하고 싶은데 안전한지 모르겟다 터프일까봐 두렵다 근데 내가 또 피해의식으로 오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다 처음이라 갈 길을 모르겠다
일주일 뒤에 기말고산데 자꾸 공부하다 디포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커뮤니티라도 찾고 싶어서 계속 뒤져봐도 외국은 외국이고 한국은 찾기 너무 어렵고 그나마 발견한데가 여기라서 한탄이나 해본다...
퀴어는 선택이 아니라는건 전부터 당연히 알고 있었던거지만 이걸 이렇게 느끼는건 정말 다른거 같다 1년만 참으면 조금 맘편하게 살 수 있고 바인더도 몰래 살 수 있고 어쩌면 커밍아웃을 할 수도 있고 근데 지금 바로 이 순간도 가끔은 너무 혼란스러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근데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진 않다 나는 논바인 내가 자랑스럽다 그건 확실한거 같다 근데 그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