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부상한 비극적 현장 두고 "정치적 활용" 운운… 도 넘은 팬덤 정치의 실상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1966년 준공 이후 59년 동안 시민의 발이 되어준 고가였으나 정밀안전진단 D등급을 받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했던 이곳은 결국 철거 도중 비극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현재까지 최소 6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소방 당국은 추가 매몰자나 부상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긴박한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수년 전부터 콘크리트 탈락과 바닥판 붕괴 등 붕괴의 전조 증상이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철거 과정에서 기본적인 안전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사고 직후 불거진 정치권 지지자들의 잔인한 태도였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자들이 모인 ‘정원오의 착착캠프’ 오픈카톡방의 대화 내용은 현대 정치의 일그러진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한 지지자는 해당 사건을 두고 거침없이 “호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정원오 후보께서 이걸 적극적으로 공세에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심지어 “기왕이면 피해가 더 커야 좋을 텐데요...!!”라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망언을 내뱉었다. 누군가에게는 생사가 오가는 절박한 참사의 현장이 이들에게는 오직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현장의 부상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고 있을 고통은 이들의 안중에 없었다. 오로지 상대 진영을 공격할 빌미를 찾고 비극의 규모가 커질수록 정치적 이득이 커질 것이라는 계산적인 냉혹함만이 대화방을 가득 채웠다. 뒤늦게 다른 이용자가 “이 글을 가려달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드러난 이들의 몰상식한 가치관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논란이 일어나자 이 캠프방의 운영진은 빛의 속도로 오픈카톡방을 삭제를 했다.
정치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후보자가 사고 현장을 방문해 선거 운동을 중단하는 진정성조차 그 뒤에서 ‘더 큰 피해’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한 시민들에게는 가식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비극적인 사고마저 정치적 득실로 계산하는 이런 괴물 같은 팬덤 문화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생명의 존엄성마저 짓밟는 이러한 정치권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대해 엄중한 자성과 책임 있는 사과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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