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갤이나 다른 커뮤 등지에서 소위 "나치가 이때 이랬으면 이겼다", "소련만 안 쳤으면 세계 제패했다" 같은 독뽕질 하는 애들이 주기적으로 기습시위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건 개씹꼴알못이나 하는 주장임.
내 생각에 나치 독일의 '서사'가(사상이 아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진짜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철저하고 처절하게 파멸했기 때문임.
나치 독일의 역사를 보면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전형적인 내러티브(서사)가 그대로 보임.
그리스 비극은 휘브리스 - 하마르티아 - 페리페테이아 의 핵심 구조를 가지는데, 이는 각각 오만과, 오만으로 인한 결함이나 저지르는 실수, 그 실수에 의한 상황의 반전(추락)임.
나치와 독일인들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분노와 복수심을 연료삼아, 자신들을 우월하다 믿고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려 들었음. 이 지점부터가 영락없는 오만임.
그렇게 그들이 쌓아올린 행동 원리와 양식은 그 토대부터가 반석이 아닌 오만이었기에, 지속하는게 불가능한 결함이며, 실수인, 스스로를 파멸로 끌고가는 원인이 됨.
결국 나치는 전 유럽을 발밑에 두었던 1941년의 정점에서, 스탈린그라드를 기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해, 폐허가 된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한발의 총성이 울림으로 끝나게 됨.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 역사가 아님. 모더니즘적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잔혹한 오만이 얼마나 처절하게 박살 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근대적으로 재탄생한 그리스 비극' 그 자체임.
종종 나오는 "독일이 이길 수 있었다"느니 "이겼어야 했다"느니 하는 소위 독뽕적 주장은 미학적으로도 쓰레기 ㅇㅇ.
나치즘이라는 사상 자체가 애초에 지속 불가능했고, 그 광기가 물리적 현실(연합국과 소련)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 과정이 이 서사의 핵심인데, 여기서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는 건 위대한 비극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꾸라는 투정의 일종일 뿐임.
독일이 '꼴리는' 건 멋지거나 강한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다 가장 비참하고 처절하게 재가 되어 사라졌기 때문.
그래서 나는 나치를 서사적으로 사랑함. 정상적인 국가나 사상은 결코 이런 방식의 파멸을 당할 수도, 재현할 수도 없음. 전간기부터 패망까지 이어지는 나치의 서사는 단연 독보적임.
결론: 나치의 '서사'는 모더니즘으로 재탄생된 위대한 그리스 비극이다. 어떤 대체역사나 가정을 가지고 와도 미학적으로 현실의 서사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존나 꼴린다.
반박시 니말이 다 맞음 ㅇㅇ
댓글 영역
지구 작가의 최대의 역작 WW2
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역립선 자극 GOAT가 WW2<-이새끼인건 다 이유가 있음 ㄹㅇ
다만 역설적이게도 더 큰 역작이 나오진 않았으면 좋겠음ㅋㅋ - dc App
패배 히로인을 이기게 하고 싶어
맨뒤에 갈리폴리 사진 넣어다오
낙지가 이기고도 소화못해서 터져죽는게 더 극적임 반박시 괴링 - dc App
"Call me Meier."
선동은 갈평
독평
온갖 인간군상이 다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에서조차 영웅적 희생, 저항을 펼치던(소련군 갈아마시고 민간인 도망칠 시간 벌면서 전멸하기, 동프로이센에서 한니발, 작전 펼쳐서 민간인 대피시키기, 모델이 잘못 인정하고 뒤지기) 숱한 장면과 진짜 개추한 장면들이 대조를 이루며 더 부각되는거같음 - dc App
ㄹㅇ 분석 정확하고 재밌게 잘썼네 ㅋㅋㅋㅋㅋ평소생각하던 그대로임
히틀러의 네로명령(패배했으니 최후를 맞아야한다는거)이 그래서 화룡점정이고
현대적 국가운영이 아니라 오페라 예체능충이 '극'으로서 세상을 바라봤다는 세계관의 반영임
건축취향처럼 고대 낭만주의가 현대에 그대로 나와버린거
인간이 파멸을 맞이하는게 휘브리스(오만)냐 포르투나(운명)이냐 사는게 그리스 희곡의 소재인데
인간이 어디까지 오만해질 수 있고 어떻게 파멸하는가를 근대적으로 해석한 '그리스 비극의 재탄생' 이거 광광울고간다
1941년 바르바로사는 그래서 희곡으로 치면 결말부분에 넣는거도 재밌다생각함
이미 안되는 작전인데 눈멀어서 못보지만 그대로 실행하는
드디어! 이걸 알아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줄 알았지. 너 미학좀 치는구나 ㅋㅋ
@ㅇㅇ(223.38) 평소에 생각하던거라 신기하고 반가웠음ㅋㅋ
다른나라들은 다 현대적인 관료제 하의 행동양식을 보이는데
(심지어 일본조차도 세계질서를 인식하고 행동함)
히틀러는 국가와 국가가 아니라 마치 인물이 반동인물을 대하듯 하는게 재밌음
덩케르크 전후로 영국에 유화책 하는게 그런느낌
@ㅇㅇ(223.38) 전간기 때부터 억까당한 (최소한 본인들은 그랬다고 생각하는) 등장인물이
정상적인 노력을 해서 한번 잘나갔다가
다시 극심한 부침을 겪어서 결국 세상을 향한 증오와 오만에 물드는거
그러다 성공하니 이 길이 맞다고 눈멀고 파멸로 달려가는거
이런 서사는 인류역사 다 뒤져도 없지
ㄹㅇ 비극형 주인공 맞음
져서 완성된거임
솔직히 아직도 있었으면 북한취급 했을거 잖음ㅋㅋㅋㅋ
이겼으면 인터넷 댓글 달 때 -2등신민- 이렇게 달렸지
그래서 난 영화 몰락 같은곳에서도 나오는 멸망 직전 모습들이 좋더라. 헛짓거리하는 친위대, 갈려나가는 국닌돌격대.
비슷하게 더 마이너 하지만 일제도 좋음. 반자이돌격, 자돌폭뢰, 오카, 카미카제에서 패전직전 광기가보임.
오만도 있겠지만 나치 수뇌부들은 물론 독일인들이 갖고있던 일종의 열등의식도 상당한 몫을 했을거라고 생각해
독일인들은 여러 방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세계대전 패배라는 타이틀과 베르사유 체제 아래 그들에게 주어진 국제적 지위는 너무나 초라했으니까 열등감을 갖기에 충분해.
열등감과 분노가 결합되었을때가 두번째 세계대전의 정신적 시발점이라고 보고 있음. - dc App
ㄹㅇ 이겼으면 나중에 소련마냥 내부붕괴 당해서 조롱거리로 남았을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