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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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 05/03/03 22:47:53 ID:qH5MpkLe0
할아버지 형제 중에 특이한 친척분이 계셔.
그분을 O할아버지라고 할게.
O할아버지는 결혼도 하지 않고 산속에서 숯을 만들면서 사셨어.
최근에는 아웃도어 붐으로 잘 팔렸대.
나도 어릴 적에는 숯오두막에 자러 갔고
O할아버지가 같이 벌레를 잡으러 가주시기도 하고 나랑 놀아주셨어.
얼마 전까지는 친척 고모들이 돌면서 O할아버지가 괜찮으신지 보러 갔는데
드디어 나한테 그 차례가 왔어.
아래쪽 길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30분에서 40분 정도 걸어가야
O할아버지가 사는 숯오두막에 도착해.
내가 찾아가니 O할아버지는 좋아하셨어.
[그 녀석들은 얘기도 안 통하고 술도 못 마시게 해.]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며 나한테 술을 권하셨어.
O할아버지가 해주시는 얘기가 재밌어서
토요일 오후에 갔을 때는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일요일에 집에 가고 그랬어(고모들은 요리를 해주면 바로 집에 감)
내가 찾아가게 된 지 5년 정도 됐을 무렵,
O할아버지는 지병인 류머티즘 때문에 숯을 많이 만들지 못하고 누워계실 때가 많아졌어.
아버지는 병원이나 요양원에 들어가도록 O할아버지를 설득하라고 했어.
내가 O할아버지를 설득하자 O할아버지는 중얼거렸어.
[그렇긴 하지만 세코 씨가 오니까.]
세코 씨가 누구지 싶어서 물어보니까
할아버지는 황급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며 입을 꾹 닫으셨어.
462: 05/03/03 22:50:09 ID:qH5MpkLe0
그러고 보니 내가 거기서 몇 번 자고 갔을 때
O할아버지가 옆방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는 걸 들은 적이 있어.
한 번은 손님이 오셨냐고 문을 열어봤는데
엄청난 날갯소리가 났고 깜짝 놀란 O할아버지한테 마음대로 문을 열지 말라고 혼이 났어.
그렇지만 거기에는 O할아버지 말고 아무도 없었어.
혼이 난 건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때뿐이야.
그 후에도 몇 번 자고 갔는데 새벽 2~3시쯤에 손님 기척이 느껴졌지만 혼나는 게 싫어서 그냥 잤어.
…그게 세코 씨인가?
O할아버지는 누워지내게 되시고 얼마 후 쓰러지셨어.
원인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할아버지께 음식을 가지고 간 고모가 발견해서 급히 입원시켰어.
나도 당일에 병원까지 병문안을 갔어.
다음날 O할아버지는 의식을 되찾으셨어.
전처럼 수다스럽지는 않았지만 세코 씨가 오니까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셨어.
내가 세코 씨에게 전해두겠다고 하니까
그건 안 된다면서, 나랑 만나게 하는 걸 싫어한다기보다는 내 몸을 걱정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2년 후 O할아버지는 끝내 숯오두막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돌아가셨어.
463: 05/03/03 22:52:14 ID:qH5MpkLe0
O할아버지 입원 중에 숯오두막은 깨끗하게 정리했고 나도 청소를 하러 갔어.
세코 씨에게는 편지를 남겨뒀어.
O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언대로 유골은 숯오두막 앞 공터에 작은 묘를 만들어 거기 모셨어.
나는 3달마다 성묘를 다니고 있어.
결국 세코 씨의 정체는 모른 채 세월이 흘렀어.
작년 여름, 7살이 된 아들이 장수풍뎅이를 갖고 싶어 하길래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숯오두막에 갔어.
아직 안은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침낭과 먹을 것만 가지고 갔고
O할아버지 묘 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거기서 잤어.
아들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잔뜩 잡아서 아주 신이 났어.
O할아버지도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며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던 중 아들이 또 가자고 말을 했어.
나는 여름방학이 끝나면 이제 못 간다고 했어.
그러자 아들이 걱정스럽게 말했어.
[그치만 또 오겠다고 세코 씨랑 약속했는데?]
끝이야.
467: 05/03/03 23:26:42 ID:tz3PuIDw0
결국 세코 씨는 정체가 뭐였던 거야!?
476: 05/03/04 14:07:46 ID:2qMI2KHh0
>>467
바로 아들한테 세코 씨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봤는데
자기 허리쯤에 손을 두고(바닥에서 50cm 정도)
[이 정도 돼.]
이렇게 말을 했어.
그 정도 되는 아이냐고 확인하니까
[아니 아줌마.]
이랬어….
언제 만났냐고 물어보니까 밤에 오줌 마려웠는데 화장실까지 데려가 줬대.
만일 그때 아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어 일어났다면 나나 아내가 눈치를 챘을 텐데….
오늘 아침에 다시 세코 씨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물어봤는데
아들은 세코 씨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았어.
470: 05/03/03 23:59:21 ID:jWpvZyBZ0
혹시 쿠마모토 사람임?
세코 씨는 사람이 아니라 세코 얘기하는 거 아냐?
*세코
서일본 산에 나오는 요괴
봄에는 산을 내려와 강 속으로 들어가서 강의 신(캇파)가 되고
가을에는 산을 올라가 산신(세코, 야만타로)가 된다
세코는 캇파와 같음
476: 05/03/04 14:07:46 ID:2qMI2KHh0
>>470
쿠마모토 맞아. 세코는 사람 이름이 아니었구나.
정보 ㄳ
그리고 좀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나 빼고는 친척 중 아무도 O할아버지 성묘를 가지 않는데
어째선지 언제 가도 묘는 깨끗하고 꽃이 놓여 있어.
그것도 내가 가져가는 국화가 아니라 제비꽃이나 유채꽃 같은 거야.
477: 05/03/04 16:12:25 ID:6u5VD0vl0
>어째선지 언제 가도 묘는 깨끗하고 꽃이 놓여 있어.
세코 씨 센스 있네!
478: 05/03/04 18:32:21 ID:CdCv8MXx0
좋은 얘기야
-
세코 씨가 무서운 존재인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나보네요
할아버지 묘를 계속 보살펴주고 있는 거 보면
슬프지만 좋은 얘기네요...
뭔가 나츠메우인장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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