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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2008/03/05(水) 20:21:16 ID:2O/xij8l0
친구인 스즈키(가명)네 집에 놀러 갔을 때 무서울 일을 당했어.
걔는 대학 수험에 성공해서 그해부터 자취를 했는데
친가에서 학교를 다니는 나는 그게 꽤 부러웠어.
그런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좀 지난 후 오랜만에 걔랑 만났을 때
이상할 정도로 계속 자기 집에 자러 오라고 했어.
지금까지도 걔가 친가에 살 때라면 몇 번 간 적이 있었어.
자취하는 집은 처음이라서 가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너무 끈질기게 오라길래 이상하게 느껴진 거야.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스즈키가 약간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어.
[오면 알아. 됐으니까 와줘, 부탁할게.]
내 지금까지의 경험상 이런 곳에는 순순히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는 자취하는 집이라는 게 보고 싶었어.
그래서 며칠 후 걔네 집에 자러 가게 됐어.
그 자러 간 날 있었던 일인데, 걔네 집은 의외로 평범했어.
더러웠지만 뭐 혼자 살면 이런 것일 테고 좁아도 혼자 살면 딱히 상관없을 것 같았어.
벽이 얇은지 계속 옆집 사람 물 내리는 소리나 생활 소음이 들렸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정도였어.
걔네 집에 간 건 오후였고 시답잖은 잡담을 하며 TV를 보고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밤이 됐어.
걔네 집에서는 거의 붙어서 자게 됐는데
그때 스즈키가 엄청 불안한 표정으로 문 쪽으로 쳐다봤어.
시간은 새벽 2시 전이었고 흔히 말하는 뭔가가 나오는 시간이었어.
걔가 너무 계속 그런 표정을 짓고 있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봤어.
[곧 올 거야.]
그 말에 아주 안 좋은 예감이 들었어.
집에 자러 오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어.
그리고 시곗바늘이 2시를 가리킨 순간, 현관 문고리가 돌아갔어.
물론 문은 잠겨있으니 열리지는 않아.
하지만 달칵거리면서 분명 문을 열려고 했어.
이불에서 일어나 저게 뭐냐고 묻자 스즈키는 이불 속에 들어간 채로 대답했어.
[내가 묻고 싶어. 근데 이사 오고부터 매일 저래.]
[…혹시 저거 때문에 나 부른 거냐.]
[응…저것뿐만이 아니긴 한데, 저건 실질적 피해는 없으니까….]
[뭐?]
달칵거리는 소리는 5분쯤 지나자 멈췄어.
그 후 잠시 기다려도 아무 일 일어나지 않았고
인간이든 아니든 소름 끼쳤지만 다시 이불에 들어갔어.
친구 말투로 봐서는 분명 이 일 말고 다른 일도 일어날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억지로 눈을 감고 자려고 했어.
난 괴담 같은 건 좋아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싶지는 않은 쫄보야.
근데 그러다가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때,
뭔가가 내 왼쪽 뺨을 간질이는 느낌이 들었어.
머리카락인 것 같았지만 스즈키는 내 오른쪽에서 자고 있었어.
그럼 뭐지, 하고 실눈을 뜨고 확인해 보니 뭔가가 있었어.
솔직히 말하면 그게 어떤 거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
아마 잠깐 보고 바로 눈을 감아서 그런 걸 거야.
그건 분명 살아있는 여자가 아니었어.
하지만 일단은 여자였어, 아마도.
그 후에는 아무리 뺨을 간지럽혀도 눈을 감고 참았어.
그리고 창문을 쾅쾅 때리는 것 같은 소리도 들렸는데
이젠 보기도 싫었기 때문에 계속 자는 척을 했어.
이 이상 이상한 걸 보면 진짜 지릴 것 같았거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스즈키한테 화를 내니까
[아, 역시 너도 보였구나.]
이러더라.
결국 한숨도 못 자고 아침을 맞이한 나는
걔한테 화를 내면서 이게 무슨 일이냐고 따졌는데
걔가 계속 사과를 하는지라 점점 화도 가라앉았어.
그리고 그 후에 나눈 대화야.
[이사 온 날부터 쭉 이래. 근데 만약 나한테만 보이는 거면 어떡하지 싶어서.
다른 사람한테 상담하려고 해도 부모님은 그런 걸 안 믿거든.
그래도 네가 겪었다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지. 다행이다.]
[너 그걸 확인하려고 날 부른 거야?]
[아니 솔직히 이 집에서 혼자 자는 게 이젠 무리였어.
그래서 너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믿어주지 않더라도
네 이름을 꺼내서 부모님 설득하고 이사하려고 생각한 거야.]
[그러니까 처음부터 부모님을 부르면 되잖아!]
[갑자기 그런 얘기를 꺼내도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병이라고 의심한다고 우리 부모님은!
게다가 부모님한테는 안 보이는 거면 어떡해!?
나 철창 달린 병원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고 진짜!]
처음부터 괴이한 일이 일어나는 걸 알면서도
말하지 않고 날 재운 스즈키한테 또 화가 났지만
그 후 아침 겸 점심을 쐈길래 용서하기로 했어.
나도 무서웠지만 아마 걔도 엄청 무서웠을 테니까.
걔도 나만큼 쫄보거든.
그 후 곧 스즈키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갔어.
잘 됐다고 하니까 걔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어.
[그 집 벽이 얇았었잖아.]
[응.]
[그래서 꽤 생활 소음 같은 게 들렸잖아.]
[그랬지.]
[그래서 일단 교류는 없었지만 인사 정도는 해두려고 했거든.
그 집 나갈 때.
그래서 저렴한 과자를 사서 인사를 하러 가니까….]
[가니까?]
스즈키는 꺼림칙한 표정을 이렇게 말했어.
[내 옆집 양쪽 다 빈집이었어…….]
[…….]
같은 층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있긴 했다는데 그 정도로 소음이 들릴 수 있을까.
내가 들었던 생활 소음은 발소리, 물소리 같은 분명 인간이 내는 것이었는데.
일단 나는 자취에 대한 동경이 없어졌어.
역시 친가가 최고야.
820 ::2008/03/05(水) 20:26:30 ID:2O/xij8l0
이걸로 얘기는 끝이야. 길어서 ㅈㅅ
글로 쓰니까 흔한 얘기 같지만 솔직히 너무 무서웠어.
이런 일이 실제로도 있구나……귀신이었던 걸까 그건.
사람이 죽은 집이란 얘기는 못 들었다고 했는데 아파트 자체가 엄청 낡았었어.
내가 겪은 일 외에도 그 집에서 사는 동안 스즈키는 여러 경험을 했다고 했지만
무서워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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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자취괴담이 제일 소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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