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살다보니 출발이 좀 늦는 트부이 1입니다.(그런데 이제 통장에 잔고도 사회생활 스타팅때랑 비슷한...)
제가 트챈에 썼던 첫 글이 인사 + 사는 지역에 정신과 문의였던게 기억이 납니당. 병원 목록 받아서 집에서 가까운 정신과 잘 다니고 있구요. 2회차 방문때 풀베터리를 진행했습니다 'ㅁ'//
당시에 받은 병원목록!
https://arca.live/b/transgender/101961370
항상 감사합니다 ㅠ- 저는 부산 사상에 있는 정신과 다녀왔어요. 병원에서도 예전엔 되게 많이들 오셨었다는데? 요즘 좀 뜸하다곸ㅋㅋㅋ 그런 농담도 같이 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정신과 초진이 9월이었는데 중간에 추석연휴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제 삶마냥 조금씩 밀려서 10월 10일이 되서야 풀베터리를 했네요! 어차피 뭐 - _- 좀 늦게 출발하는거 하루이틀 한달두달쯤 딜레이 된다고 큰일 나겠어? 하는 마음으로 조금 편안하게 기다린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것 저것 했죠! 종합건강검진이라거나... 종합건강검진에서 확인된 특이사항들 조치라거나~ 챈에는 따로 글은 안썼지만 건강검진에서 확인된 모든 특이사항을 정밀검진을 받아서 완전히 문제 없는 상황을 확인했슴다ㅎㅎ
나중에 다녀오시게될 분들을 위해 1차 방문부터 풀베터리 진행했던거까지 경험을 정리해서 공유해봅니당!
1. 가장 중요한 비용정보
정신과는 건강보험도 안되는 비급여 진료이므로 매번 방문할때마다 n만원 정도의 진료비가 발생한다는 거, 감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풀베터리는 병원마다 약간씩 다르겠지만 정상적으로 풀베터리 진행하시면 MMPI때문에 30만원이 넘어가는게 보통일겁니다. 특히
여담이지만 MMPI를 제가 직접 구입 및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기는 한데 그렇게 해서 정신과 제출하는건 좀 귀찮고 번거로워서 그냥 병원에서 통합해서 진행했습니닼ㅋㅋ
2. 첫 진료 및 상담진행
저는 전화로 예약했습니다. 병원에 전화해서 "성주체성 관련해서 상담원하는데 예약해달라" 고 그냥 이야기 했습니다. 문제는 전화는 편하게 했는데 막상 방문해서 접수하는데 접수처 직원분이 초진이라고 초진 의뢰서를 하나 써 달라고 하시는데 거기에 증세를 또 써야되네용?ㅋㅋ 그냥 이건 안 써서 냈습니다!
첫 진료에서는 "왜 내원했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기분은 어떠한지", "기타 다른 정신병리학적 증세는 없는지"를 중점으로 봤습니다. 즉, 내담자의 원하는 바를 확인하고 그 부분에서 내담자의 감정과 기분을 확인합니다. 나아가서 우울증이나 불안, 강박증세 등을 확인해서 추가적인 조치 내지는 어떤 부분을 먼저 해소해야 하는지 정신과 전문의께서 판단하십니다. 여기서 상담세션이 추가되거나 의료적 조치를 받게될 수 있습니다.
트랜지션을 희망한다고 하더라도 성별불일치감에 의해 우울이나 불안이 발생하는 것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에 따라서 F64 진단서가 아니라 다른 세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거 감안하셔야 합니다. 결국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우선이니까요. 좀 길어지더라도 본인에게 다른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고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3. 풀베터리 예약 및 사전 설문지 수령
풀베터리 검사는 진행 전 함께 수행하셔야 하는 설문지가 꽤 많습니다.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객관식 설문 문항만 1000문항이 넘어가고 문장완성 검사나 본인의 영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서술을 하셔서 제출해야 하는 서술형 설문지도 존재하므로 시간이 꽤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건 풀베터리 검사 당일 혹은 전일에 진행하는 것이지만 일상생활 내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해야 하기때문에 풀베터리 검사 일주일 전에 하면 ok입니다. 저처럼 한달전에 받아서 왔다고 하더라도 미리 해버리면 그 사이에 또 생각이나 기분이 바뀔 수 있으므로 그러지 마시고 꼭 일주일 정도 남겨두고 그 안에 하시는게 좋습니다.
관련된 설문은 MMPI, 우울감, 불안장애, 강박장애, 긴장, ㅅㅈ관련된거, 그 외 성장기 서술, 성인기 서술, 문장완성 검사 등이 포함됩니다.
4. 풀베터리 상담
일단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저는 오후 2시부터 5시 40분까지 약 3시간 40분 정도 진행했습니다. 여유롭게 뒤 시간 비워두고 가시기 바라겠습니다. 저는 전철에서 내려서 병원 가는길에 생수 500ml 하나 사서 들어갔습니다. 말을 많이 해야되니까 물 한병정도 챙겨가시는거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풀베터리는 1 2 3단계로 나눠서 진행했고, 단계 끝날때 화장실 다녀오거나 잠깐 쉬거나 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검사 밑에 표시는 제가 진행하면서 느꼈거나 약간 설명해드리고 싶은 부분들, 기억나는 내용들입니다.
1단계, 인지능력 검사(20분~30분 걸렸음)
뭐 숫자 맞추기, 그림 보고 따라 그리기(나중에 이거 기억나는대로 다시 그려보라고 그럼), 숫자 불러주는거 외워서 따라 말하기, 숫자 불러준거 외워서 반대로 말하기, 산수문제 암산하기, 퍼즐맞추기 등등등...
정답과 시간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이걸 뭐 다 못 맞추면 문제가 있다 그런게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마세요! 편안하게 하시면 됩니다.
2단계, 그림그리기, 그림보고 생각나는거 연상하기, 그림보고 떠오르는것 말하기(1시간쯤 걸렸어요)
나무, 사람, 집 등등 그림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하기, 특히 왜 그런 형태로 그렸는지
몇몇 특정 그림들을 보고 해당 그림을 보고 생각나는거, 상황,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를 진행, 그리고 왜 그런 생각, 느낌이 들었는지
종이에 잉크들을 떨어트리고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그림들을 보고 어떤 것이 연상되는지, 왜,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이 부분은 정답이 없지만 상담사를 속이는 것 또한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저는 청소년상담과 관련해서 공부를 몇 년 한 경험이 있다보니까 어떻게 대답하면 대략적으로 어떤식으로 해석되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머리속에서 그냥 다 지우고 진짜 마음가는대로 진행했습니다 ㅋㅋ 그냥 솔직하게 하시면되요!!
3단계, 상담!(2시간 넘게 했습니다)
가족들 이야기, 가족들과의 관계
ㆍ부모님, 형제자매들과의 관계, 엄마, 아버지, 형제자매에 대한 각각의 기억이나 인상들
ㆍ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가족과의 관계정도 등?
저는 가족과의 관계가 좋았고... 엄마는 제가 중학생때, 아버지는 그쯤부터 알콜의존/중독으로 긴 시간을 고생하시다가 떠나보냈기 때문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제 동생과 저의 관계 이야기 등 이처럼 개인의 가정사 백그라운드 체크를 진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영유아기~학창시절 여러 경험들
ㆍ태아~영유아기 발달관련해서 문제유무 확인
ㆍ자각하고 있는 어느시점에 성정체성에 대한 이질감을 느꼈는지
ㆍ학창시절 젠더 디스포리아와 관련된 경험들 이야기 많이 주고받음
ㆍ교우관계와 이성교제...관련된 이야기들
ㆍ성장기에서 2차 성징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
기억하고 있는 내용들을 잘 말씀드리면 됩니다. 내 경험들을 공유한다고 생각하시고 말씀하시면 되요. 저는 상담사선생님이 이미 트랜스젠더분들 상담 경험이 있는 분이셔서 좀 편하게 진행되긴 했습니다만 이건 진짜 케바케니까 내 경험을 공감할 수 있도록 잘 말씀하시면 될겁니다.
성인기
ㆍ학력 및 경제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ㆍ트랜지션이 시간이 제법 걸리고 트랜지션의 과정이 끝난 뒤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 것 같은지(중장년기 등)
ㆍ트랜지션은 어디까지 진행하고 싶은지
ㆍ커밍아웃에 대한 계획?
ㆍ성...관계 경험이야기...도 편하게(?) 주고받음
여기도 개인의 경험, 계획 등을 말씀드리면 됩니다. 저야... 30대라 ㅋㅋ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저는 성별정정까지 하는걸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는걸 말씀드렸고 커밍아웃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오늘 풀베터리 진행하면서 나왔던 이야기들에서 재밋을만한 이야기를 몇 가지 써 보자면...
① 성정체성 관련
저는 어려서는 크면 당연히 엄마처럼 되는줄 알고 살았고(ㅋㅋ...) 초등학교 4~5학년때 2차성징 시작되면서 그렇지 않아서 많이 혼란스러웠던 경험들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중매체에서 하리수씨 접하면서 남자로 태어나도 여자로 살 수 있다는걸 알게되었다는 이야기... 엄마가 요걸 알게되서 있었던 웃긴? 웃지못할? 이야기들을 그냥 솔직하게 쭉 다 이야기 했습니다.
② 2차 성징기에 있었던 혼란들 중 목소리 관련...?
목소리관련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상담이다보니까 약간의 긴장 + 목이 빠짝빠짝 마름으로 제 기준으로는 톤이 좀 눌려서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목소리 이야기 나와서 지금 원래 목소리에서 지금 한 톤 내려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좀 더 하이톤에 말투도 좀 다르다고 말씀드렸더니... "지금 이게 한 톤 내려서 말씀하시는 거라구요?" "예, 이게 지금 내려간건데욬ㅋ" 하고 막 상담사님이랑 웃고 잠깐 저는 물, 상담사님은 커피 한모금씩 하고 진행했습니다. 이런식으로 긴장하지 마시고 상담사님이랑 가볍게 즐겁게 진행하시면 됩니다.
③ 이성관계, 성...관련된거
저는 학창시절에 교제경험이 없습니다! 친한 여학생에게 고백은 몇 번 받았는데 그냥 다 미안하다고 밀어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다 그렇게 보냈어요. 그리고 성인이 되서는 남자를 만나보려고 했다가 아~ 요 모습으로는 또 싫고 막상 무섭고...ㅋㅋ 그러고는 살다보니까 벌써 30대네용? 망했네용?ㅋㅋㅋ 이런 이야기도 그냥 편하게 했습니다. 성관련해서는 너무 자세하게 쓰면 우리 존경하옵는 주파딱님들이 시험에 들게 되시니까 뭐 그런 내용 이야기도 상담사님과 제가 서로 민망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했어요.
④ 그 외 성별불일치감 관련
저는 남성기와 관련된 디포가 좀 심합니당... 다른부분에서 좀 덜한대신 한군데 몰려있나봐여 ㅋㅋㅋ 과거 경험들이나 이런걸 트챈에도 못쓰는 수준이로다가 좀 있는데... 그래서 그거 관련해서도 적당한 수위(?) 안에서 말씀 드렸어요. 그 외에 체격이나 골격은 어쩔 수 없는 거라 불쾌감은 있지만 그냥 한숨 한번 쉬고 넘어가는 편이라고도 말씀 드렸습니다.
5. 풀베터리 결과 / 진단 등등등
에... 원래 상담 진행할땐 10~15일 걸릴 수 있다고 했는데... 상담 마무리하면서 쌰바쌰바를 잘 해서 상담사님이 조~금 고생하셔서 일주일컷 해주시는걸로 했습니다 - _-;;; 다음주에 결과받으러 갈 예정이고 정신과선생님이랑은 1차 상담때 풀베터리 결과에 이상이 없다면 결과 수령 시 진단서까지 문제 없을거라는 이야기를 이미 받아뒀기 때문에... 아마 다음주 금요일에 다녀올땐 부인과 찍고 돌아올 수도...? 그건 저도 오찌될찌 모르겠네요오? 왜 진단서 받으면 못 참고 달려가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오?
끝으로... 사족!
개인적으로 준비중인 분들이나 혹은 저보다 오래되셨더라도 진행중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해드리고 싶은 잔소리? 같은 이야긴데 트랜지션은 그냥 내 인생의 작은 이벤트에 불과하다는거 말씀드리고 싶어요. 돈도 많이 들고 육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힘든 과정이지만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많은 개똥같은 이벤트들이 있기에.... 트랜지션 자체를 목표로 보고 달리시면 지쳐서 쓰러질거에요. 주변에서 지지나 응원받기 힘든 상황에서 그렇게 달리면 쓰러졌을 때 내 손을 잡고 일으켜줄 사람이 없으면 못 일어날 수 있어요.
가족도 좋고 친구도 좋습니다. 건강한 인간관계가 꼭 동반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정 주변에 없으면 트챈 칭구들과 서로 붙잡아 주자구요...?
사랑해요 여러분 ' ㅁ'/
모두 행복하길 바랍니다!!